1. 나는 왜 제안한 의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요즘 코로나가 잦아들며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활발해지자, 전국적으로 유기 동물 수가 급증했다.

천만 ‘반려’동물 시대를 살아가면서, 시민의식은 아직 ‘애완’동물이라 부르던 때에 머물러 있다는 증거다.

‘반려(伴侶)’ - ‘인생을 함께 한다’

또 다른 한자인 ‘반려(叛戾)’는 - ‘배반하여 돌아선다’ / ‘도리에 어긋난다’는 뜻을 가진다.

반려(伴侶)와 반려(叛戾)는 두 의미 모두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늙고 병들었다고. 흥미를 잃거나, 귀찮거나,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서

우리는 가족을 버리지 않는다.

작은 생명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伴侶)인이 될 것인가?

배반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반려(叛戾)인이 될 것인가?

선택은 우리 몫이다.

문화도시 부천에는 만화, 음악 등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는 1인 가구 청년들이 많다.

혼자 하는 작업에 익숙하고, 사회적 교류도 적은 이들은

반려동물과의 교감으로 외로움을 극복하고 위로받으며 살아간다.

그만큼 동물을 애틋하게 생각하다 보니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경우도 있어

속칭 ‘개빠’ ‘캣맘충’이라 불리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 피해를 감수하게 된 일부 사람들은, 분을 삭이려 길고양이 사료통을 숨기거나 물통을 엎어

사이코패스라 욕을 먹기도 한다.

유기 동물에 대한 입장 차이로 생겨난 분쟁들은 이제 층간 소음 분쟁만큼이나 흔하다.

‘개빠’, ‘펫맘충’, ‘사이코패스’

조금 극단적으로 들리지만, 어느 쪽이든

우리는 모두 문화도시 부천에 살아가는 시민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고작 사료 몇 알 주워 먹을 뿐인 생명체를 굳이 공격할 이유도 없고

작은 생명을 먼저 배려했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잘 모를 뿐이다.

한 번쯤 편견을 내려놓고, 유기 동물의 삶을 가까이에서 오래 지켜볼 수 있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서로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도시 부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 의제는 동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곳 부천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

2. 제안한 의제를 통해 나는, 우리 지역은, 우리 지역의 시민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분과장 이지안의 변화>

그동안 유기 동물 보호소 봉사활동만으로 ‘이만큼 했으니 됐다’ 스스로 위로했던 수동적인 모습을 벗어나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의제를 준비하며 공부할수록 <아무 멍냥이>분과가 용기 내는 이 일이 부천에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든다.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해 보고, 우리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

이곳 부천에서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한다.

<분과원 정태훈의 변화>

그동안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배려 없이 유기 동물에만 꽂힌 캣맘 작가들을 미워했다.

그들에 대한 원망 때문에 정작 유기 동물의 비참한 삶을 한 번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다.

이번 의제를 준비하며, 지금껏 내가 거리 위를 헤매는 유기 동물들보다

‘훨씬 우월한 생명체’라는 못난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일은 내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분과원 이미현의 변화>

그동안 유기 동물의 삶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타인에게 내 방식을 강요하게 될까 봐

또 가끔 눈에 띄는 유기 동물 사랑을 ‘컨셉’으로 잡은 이들에 대한 거부감으로, 늘 혼자 움직였었다.

“그냥 나만 잘하면 되지”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하는 길은 아예 포기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함께 뭔가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부천에 거리 입양제가 시행된다면 어린아이, 학생, 어른들 모두에게 큰 배움의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한다.

<부천 시민들의 변화>

마하트마 간디가 말했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

예로부터 동물에 대한 대우는 그 국가의 수준을 판단하는 척도의 하나였다.

당연한 듯 펫샵에서 애완동물을 구입하고, 상황이 바뀌면 죄책감 없이 유기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과

거리 입양제에서 만난 유기 동물의 삶을 잊지 않고, 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는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결이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거라는걸,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인간의 삶을 넘어 동물의 삶까지 존중하고 배려하는 어른을 보고 잘 배운 아이들이

우리 부천의 미래가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나는 2017년까지 경기도에서 안락사율 25위, 입양률 3위였던 부천시가 곧, 멀지 않은 때에

인권을 넘어 동물권까지 보장되는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 거라 믿고 있다.

유기 동물 거리 입양제라는 움직임은

작은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문화도시 부천 시민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변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3. 제안한 의제를 실행할 때 가장 어려운 점, 걸림돌은 무엇일까요?

버려짐에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 그래서,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버린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해 만들어낸 핑계일 뿐이다.

유기 동물은 성질이 난폭해 위험하거나, 병균을 옮길 만큼 더러울 거라는 편견이 가장 무섭다.

거리 입양제에 나온 유기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정기적으로 지켜보며

이들이 단지 반려인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버려졌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고 느껴야 한다.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동물을 판매하는 펫샵 대신

보호소의 차가운 철장 안에서 안락사 순위를 기다리며 떨고 있는

(돌봐줄 이 ‘아무도’ 없는, 우리가 모르는) ‘아무’ 멍냥이들에게

고단한 삶 그 너머에 행복한 삶의 다음 장이 숨겨져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

우리의 행동만이 유기 동물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다는 걸 스스로 믿고

이 걸림돌을 치우려 노력 중이다.

4. 제안한 의제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내 가족, 내 지인, 나에게 소중한 이들을 대하듯 타인을 대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이 되었을 거다.

슬프게도 현실에서 나와 관계없는 이들의 입장까지 배려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 집 강아지, 내 친구네 고양이는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주인 없이 길 위를 떠도는 유기 동물은 더럽고 위험한 존재일 뿐이다.

그들의 삶에 아무 관심이 없거나, 일부러 떠올려 무거운 마음을 짊어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거리를 떠도는 유기 동물을 발견하면, 보호소에 신고하는 것으로 내 할 일은 끝났다고

"이제 저 아이는 해피엔딩"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10월 13일 분과장 모임 때 몇 팀에 계신 분이 오셔서 비슷한 사건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유기 동물 보호소는 유기 동물에게 새 삶이 주어지는 곳이 아니다.

길 위를 떠도는 동물들을 (그들을 위해서가 아닌) 사람의 편의를 위해 그저 가둬두는 곳이다.

좁고 더러운 철장 안에서, 두려움에 한껏 날카로워진 다른 동물에게 물어 뜯기거나

공고일이 지나 강제로 삶을 마감하게 되는 곳이다.

보호소는 유기 동물을 위한 최선이 아니라, 끝이라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아무 멍냥이>분과는 시민총회 때 체험형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시민이 직접 유기 동물의 입장이 되어 고단한 그들의 삶을 한 번쯤 돌아봐주기를

그때 느낀 마음이 부디 작은 실천으로 이어져

적어도 부천시에 살아남은 더 많은 유기 동물들이, 따뜻한 가정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

5. 제안한 의제를 구체화하기 위한 실험 거리를 정합니다.

(관련 자료, 현장조사, 설문조사, 사례 조사)

유기 동물 보호소 봉사활동을 오래 하며 느낀 건, 현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설문, 인식, 예산, 실제 사례, 입양 조건 등의 자료 조사도 필요하지만, 현장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

한때 유기 동물을 거리에 끌고 나와 구걸하게 만든다는 비난을 받은 만큼

위치 선정과 분위기 조성은 거리 입양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

현장의 중요성을 알기에, 지난 주말 마포구에서 진행하는 거리 입양제에 다녀왔다.

자원봉사자 분과 인터뷰를 통해 임시보호자의 중요한 역할 등 몰랐던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되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자료 조사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여 움직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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