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과명&분과원

* 분과명 : 아무 멍냥이

(돌봐줄 이, 지켜줄 이 ‘아무’도 없는, 이름도 모를 ‘아무’ 멍냥이)

* 분과원 : 이지안, 정태훈, 이미현

안건 제목

* 문화도시 부천에 걸맞은 반려동물 동행 문화 조성을 위해 부천시에 거리 입양제를 도입해 보자.

문제점과 실태

* 부천시는 지난 18일 전국 229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에서 주최한 ‘2022 대한민국 도시대상’에서 종합평가 2위인 국무총리 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도시 지속가능성과 생활 인프라 수준으로 이미 명품도시임을 인정받은 부천시가 아직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천만 반려동물 시대에 꼭 필요한 성숙한 반려동물 동행 문화 조성이다.

문화도시 부천에는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는 1인 가구 청년들이 많다. 혼자 하는 작업에 익숙하고 사회적 교류도 적은 이들은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고 위로받으며 살아간다. 꼭 예술인이 아니더라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겪는 오해와 상처들로, 타인과의 유대감보다 동물에게 더 큰 애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람에 대한 배려보다 유기 동물의 입장만을 우선시해 속칭 ‘캣맘충’ ‘개빠’등의 부정적인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도, 이들에 대한 불만을 유기 동물들에게 대신 표출해 '사이코패스'라 비난받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나타났다. 유기 동물을 대하는 인식 차이에서 시작된 분쟁들은 이제 한때 대한민국을 시끄럽게 했던 층간 소음 분쟁만큼이나 흔하다. 이 모든 문제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시대에 올바른 동행 문화가 조성되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다.

천만 반려동물 시대!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지 삼 년이 다 되어가는 부천시에 동물 관련 정책이 미흡하다는 건 사실 부끄러운 일이다. 부천시 대장동에 있던 유기 동물 보호소가 문 닫은 일뿐만 아니라, 2021년부터 이미 경기도 13개 시군(수원, 고양, 용인, 성남, 화성, 안양, 평택, 광주, 이천, 하남, 구리, 여주, 가평)에서 참여 중인 돌봄 취약가구 반려동물 의료 서비스 지원 도시에도 부천시는 아직 그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참고: 부천 시청에 문의한 결과 돌봄 취약가구 반려동물 의료 서비스는 2022년 10월 현재 경기도에 사업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다) 검색해 보면 부천시 동물보호 센터 블로그를 찾을 수 있지만, 상호 소통이 없고 활성화되지 않은 곳이다.

지난 2021년에만 해도 2만 385마리의 유기 동물이 발생했다. 죄책감을 덜어내려 보호소에 반려동물을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길 위를 떠도는 유기 동물을 구조해 달라고 시청에 전화를 거는 사람도 있다. 이들 중 지자체 위탁 보호소에 들어간 유기 동물들이 10일의 공고 후 안락사된다는 걸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지금처럼 거리 위를 떠도는 유기 동물을 쉽게 보호소로 보낼 수 있을까? 운이 좋아 안락사 위기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은 결국 보호소 철망 안에서 비참한 삶을 마감한다. 푸른 하늘 한 번 올려보지 못하고, 풀냄새도 모르고, 땅에 발 한번 디뎌보지 못한 채 뜬장 안에서 생을 마감하는 식용견이나 실험견들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 우리는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간다. 이번 도시대상 수상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부천시에 성숙한 반려동물 동행 문화 조성이 꼭 필요한 까닭이다.

제안과 사례

* 동물복지 선진국인 영국, 독일, 미국, 대만, 일본의 유기 동물 보호 정책들도 조사해 봤지만 이미 반려동물 문화가 20년가량 뒤처진 우리나라 실정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어 한국의 사례에 좀 더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부천시가 지향해야 할 롤 모델로 눈여겨본 건 전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유기 동물 재활센터 사례이다. 전주시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유기 동물 재활센터를 지정, 운영해 395마리의 유기견 가운데 128마리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유기 동물 안락사를 최소화하고 반려견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자체 최초 시도된 전주시 유기 동물 재활센터는 안락사를 기다리는 동물들을 약 2개월간 전문 훈련사를 통해 훈련시켰다. 이들의 사회 적응 훈련이 끝난 후에는 애견미용 등을 지원해 일반인에게 분양하고, 입양 후에도 연 2회에 걸쳐 교육 상담을 진행한 결과 시민들에게 분양된 128마리 중 단 한 마리도 파양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나는 전주시라는 이름에서 ‘한옥마을’이나 ‘영화제’라는 익숙한 단어들을 떠올렸었다. 그러나 이번 <아무 멍냥이> 자료 조사를 통해 전주는 나에게 작은 생명의 존엄성까지 염두에 둔 진정한 선진문화도시로 각인되었다.

애니메이션, 영화, 만화, 음악까지 어느 것 하나 전주시에 뒤처지지 않는 '문화 예술 도시' 부천에 어울리는 성숙한 반려동물 동행 문화 조성이 꼭 필요하다. 그 첫걸음으로, 유기 동물 거리 입양제를 도입해 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기대효과

* 유기 동물 입양률을 낮추는 가장 큰 원인은 ‘버림받은 데에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오해이다. 성질이 난폭해 가까이하기 위험하거나, 숨겨진 큰 병이 있거나, 심각한 짖음과 털 날림 등 더 이상 키우기 힘든 치명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고 유기견 입양을 꺼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 개는 당연히 짖는다. 개가 짖어 버릴 수밖에 없다는 국가와 개가 짖는 것은 산책을 충분히 시키지 않은 사람 탓이니 산책을 의무화시키는 국가 (현대의 동물보호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독일에서는 하루 2번 1시간 이상 반려동물 산책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서 느껴지는 인식 차이를 보자.

유기 동물 입양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기된 동물에게 문제가 있을 거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그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에서 오래 들여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물도 사람처럼 타고난 성향이 제각기 다르다. 나와 잘 맞는 반려동물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유기 동물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가족으로 평생을 함께 한다는 책임감 없이 짧고 쉬운 선택으로 사 온 동물은 반품도 되지 않는다. 펫샵에서 동물을 사고파는 행위가 반드시 사라져야 하는 이유다.

거리 입양제는 다르다. 보호소에서 건강상 문제가 없고 사회화 훈련이 된 유기 동물들을 특정 장소, 특정 시간에 정기적으로 데려와 반려동물을 맞이하고 싶은 이들과 만나게 하는 거리 입양제는 최대한 동물들이 스트레스받지 않는 환경을 조성해 한 마리씩 임시보호자가 케어한다.

입양 희망자는 한눈에 들어오는 동물을 만나더라도 충동적인 감정으로 입양을 결정할 수 없다. 3주 이상 거리 입양제에 참여해 직접 산책도 시켜보고 오래 곁을 지키며, 나와 성향이 맞는 아이를 찾아 확신이 들 때 입양 신청서를 제출해 서로에게 좋은 반려가 될 조건이 일치하면 가족으로 맞이할 수 있다.

당연한 듯 펫샵에서 애완동물을 구입하고 상황이 바뀌면 죄책감 없이 유기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과 거리 입양제에서 만난 유기 동물의 삶을 잊지 않고, 책임감과 생명의 존엄성을 배우는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결이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걸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인간의 삶을 넘어, 동물의 삶까지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잘 배운 아이들이 부천의 미래가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부천시에 거리 입양제가 자리 잡으면, 동물복지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자연스레 유기 동물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인식이 바뀌면, 유기 동물을 바라보는 입장 차이로 다투던 사람들도 서로 더 이해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좀 더 평화롭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

부천시를 대표하는 유기 동물 보호소가 다시 생겨나고 유기 동물 재활 훈련이 의무화되고 유기 동물 입양률이 높아져, 부디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사라져가는 생명이 더는 없기를 희망한다. 포획과 안락사 등 유기견 관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의 무책임함으로 비참하게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에게 새 삶이 주어질 수 있다면 인간적으로도 얼마나 바람직한 일일까? 이 선순환을 이어나갈 부천시의 미래를 상상해 보자.

"사람 살기도 힘든데 동물까지 생각하라고?"

누군가 <아무 멍냥이> 분과에게 묻는다면, 우리는 동물을 먼저 생각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부천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 이렇게 용기를 낸 거라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인권을 넘어 동물권까지 보장되는 진정한 문화도시. 배려와 여유와 따뜻한 마음과 선진 시민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이제 곧 세계적으로 그 이름을 빛낼 명품 문화 예술 도시 부천시가 그려야 할 가장 큰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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